다이어트 약, 한약과 양약은 뭐가 다를까?
지난달, 수진님(가명)이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셨습니다.
"원장님, 이거 위고비라는 약인데요. 친구가 석 달 만에 12킬로 빠졌대요. 저도 맞아볼까 하다가… 한약이랑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어서 왔어요."
이런 질문을 요즘 정말 자주 받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GLP-1 계열 약물의 임상 데이터를 처음 봤을 때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느꼈습니다.
GLP-1 약물이 보여준 것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명) 2.4mg을 68주간 투여한 STEP 1 임상시험(2,539명 대상)에서 평균 체중의 17.3%가 감소했습니다. 100kg인 분이 83kg 가까이 된 겁니다. 이 수치는 기존 어떤 비수술적 감량법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수진님에게 이 이야기를 해드리면서, 저는 항상 뒤에 오는 데이터도 함께 말씀드립니다.
투여를 중단하고 1년이 지났을 때, 감량분의 약 3분의 2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5% 이상 감량을 유지하는 비율이 86.4%에서 48.2%로 떨어졌고요. 그리고 투여 기간 중 43.9%에서 오심이 나타났는데, 이건 위약군 16.1%와 비교하면 꽤 높은 수치입니다. 용량을 올리는 처음 20주가 특히 힘듭니다.
수진님이 물으셨습니다.
"그러면 평생 맞아야 하는 거예요?"
저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한약은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는가
이 지점에서 저는 한약 이야기를 꺼냅니다. 다만 "한약이 더 낫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작동 원리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설명하려는 겁니다.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을 예로 들면, 열을 내리고 노폐물을 빼주는 역할을 하는 처방인데요. 7개 무작위대조시험 679명을 종합 분석한 결과 BMI가 평균 0.52 감소했고(P=0.003), 24주 투여 시 내장지방 감소가 확인되었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GLP-1에 비해 감량 폭이 작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제가 보는 건 숫자만이 아닙니다. 한약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대개 소화력이 먼저 바뀝니다. "밥맛이 달라졌다", "더부룩한 게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2~3주차에 많이 하십니다. 체중계 숫자보다 몸의 리듬이 먼저 변하는 겁니다.
저는 이걸 단순히 "부수 효과"라고 보지 않습니다. 복용 설계(정해진 시간 복용)가 소화-대사-수면의 리듬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합니다.
비교 정리
그러면 한눈에 보시기 편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 항목 | GLP-1 약물 (세마글루타이드) | 한약 (방풍통성산 기반) |
|---|---|---|
| 평균 감량폭 | 17.3% (68주) | BMI -0.52 (24주) |
| 중단 후 유지 | 2/3 반등 (1년) | 생활습관 연동 시 유지 용이 |
| 주요 부작용 | 오심 43.9% | 심각한 부작용 미보고 |
| 작동 방식 | 식욕 억제 (GLP-1 수용체) | 소화·대사 순환 조정 |
| 투여 방식 | 주 1회 피하주사 | 경구 복용 (탕약/환약) |
| 개인 맞춤 | 용량 조절 | 체질·증상별 처방 구성 |
어떤 분에게 어떤 선택이 맞을까
이건 제가 대신 정해드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관찰한 패턴은 있습니다.
스스로 체크해보세요:
- 소화가 자주 더부룩하거나 부종이 잘 온다
- 다이어트 약을 끊으면 요요가 반복됐다
- 위장이 예민한 편이다
두 가지 이상 해당되면, 체질 기반 접근을 먼저 고려해볼 만합니다.
GLP-1이 맞을 수 있는 경우: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으로 대사질환 위험이 급한 분. 빠른 감량이 의학적으로 필요한 상황.
한약이 맞을 수 있는 경우: 소화불량, 부종, 만성피로가 동반된 분. 식사량을 줄여도 잘 안 빠지는 분. 약물 중단 후 요요를 이미 경험한 분.
수진님은 BMI 26에 소화불량이 심한 편이셨습니다. 저는 체질 진단 후 한약 치료를 제안했고, 수진님도 동의하셨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약 다이어트도 요요가 오나요?
솔직히 한약만으로 요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소화력과 대사 패턴이 함께 바뀌기 때문에, 식습관 조정과 병행하면 유지율이 높아지는 걸 임상에서 봅니다.
양약과 한약을 같이 먹어도 되나요?
병용 가능 여부는 케이스마다 다르므로, 처방의와 한의사 양쪽에 반드시 알려주셔야 합니다.
마무리
수진님 같은 분을 매주 뵙습니다. 유행하는 약 이름을 들고 오셔서, 자기한테 맞는 건지 물으시는 분들. 저는 그때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다만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어떤 선택이든 후회가 적습니다.
체질과 현재 상태에 맞는 방향이 궁금하시다면, 백록담한의원에서 상담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