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변비, 며칠에 한 번 보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
목차
“어머니가 사흘, 나흘씩 변을 못 보세요. 그런데 본인은 별로 마렵지도 않다고 하세요. 너무 오래 못 보면 변비약을 드리는데, 그날은 또 몇 번씩 화장실을 가고요. 그러고 나면 다시 며칠 동안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노인성 변비를 보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젊을 때는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화장실에 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리듬 자체가 사라졌다고 하기도 합니다. 며칠째 대변을 못 봤는데도 “별로 마렵지가 않다”고 하고, 배가 답답하냐고 물으면 “그냥 좀 더부룩하다”고만 합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더 답답합니다.
약을 안 드리면 나흘씩 못 보고, 약을 드리면 설사를 하니 계속 먹여야 하는 건지 줄여야 하는 건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관장을 하면 일단 나오기는 하는데, 관장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보는 날이 거의 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비를 단순히 “나이가 들어 장운동이 느려졌다”고만 설명하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노인성 변비는 하나의 모습이 아닙니다
대변은 그냥 장 안에 있다가 어느 순간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먹은 음식으로부터 대변이 만들어지고, 대장을 따라 아래로 이동하고, 직장에 도착한 것을 몸이 느끼고, 마지막에는 배에 힘을 주면서 항문과 골반저가 적절히 풀려야 비로소 배변이 됩니다.
노인성 변비에서는 이 과정 가운데 하나만 문제가 되는 경우보다 여러 과정의 힘이 조금씩 떨어져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같은 “사흘에 한 번 본다”는 변비라도 실제로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 실제로 보이는 모습 |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 |
|---|---|
| 며칠째 못 봤는데도 “마렵지 않다”고 함 | 직장 감각 저하, 배변 신호 감소 |
|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어도 조금밖에 안 나옴 | 배출장애, 골반저 협응 문제 |
| 배가 불러 식사량이 점점 줄어듦 | 대변 정체와 복부팽만, 섭취 감소의 악순환 |
| 약을 안 먹으면 며칠 못 보고, 먹으면 설사함 | 한 번 비우는 것과 정상 배변 리듬이 분리된 상태 |
| 관장을 해야만 대변이 나옴 | 직장 내 정체 또는 배출 과정의 문제 가능성 |
이런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장운동이 느려서”라고만 보면 치료도 단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렵지가 않다”는 말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어떤 분은 며칠 동안 변을 못 봤는데도 변의가 거의 없습니다.
보호자가 “며칠째 못 봤는데 화장실이라도 가보세요”라고 해야 그제야 앉아봅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변이 딱딱한지만 볼 것이 아니라, 대변이 내려왔을 때 그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배변에서는 ‘내려오는 것’만큼 ‘느끼는 것’도 중요합니다.
직장에 대변이 도착했을 때 적절한 신호가 생기고, 그 신호에 맞춰 화장실에 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배변 리듬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연세가 들면서 이런 신호가 둔해지면 며칠 동안 대변이 정체되어도 본인은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려운데 안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변의는 있는데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장실에 20분, 30분씩 앉아 있습니다.
분명히 변이 아래까지 내려온 느낌은 있는데 한참 힘을 줘도 조금밖에 나오지 않고, 나오고 나서도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런 변비는 장 전체의 움직임이 느린 문제와는 또 다릅니다.
대변이 아래까지 이동해도 마지막 배출 과정에서 막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에게 단순히 장을 더 세게 움직이는 약만 반복해서 쓰면 복통이나 설사만 심해지고, 정작 “마지막에 못 빼는 문제”는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배변 횟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은 있습니까?”
“항문까지 내려온 느낌은 있습니까?”
“한참 힘을 줘야 합니까?”
“보고 나서도 남아 있는 느낌이 있습니까?”
이런 질문을 같이 봅니다.
배가 부르면 덜 먹고, 덜 먹으면 다시 변비가 심해집니다
노인성 변비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식사량입니다.
“밥을 반 공기도 못 드세요.”
“조금만 드셔도 배가 찬다고 하세요.”
“변을 며칠 못 보면 그때부터 식사를 더 안 하세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대변과 가스가 오래 정체되면 배가 쉽게 차고 답답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 끼에 먹는 양이 줄어듭니다.
먹는 양이 줄면 만들어지는 대변도 적어집니다. 기력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줄면 배변 자극도 더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대변 정체 → 복부팽만 → 식사량 감소 → 활동량 감소 → 배변 자극 감소 → 다시 변비
라는 순환으로 들어갑니다.
이 경우에는 “변비약을 얼마나 쓸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식사량이 왜 줄었는지, 배가 가장 불편한 시간은 언제인지, 변이나 가스가 나오고 나면 식사가 조금 편해지는지도 같이 봐야 합니다.
약을 먹으면 설사하고, 안 먹으면 다시 막힌다면
노인 환자분 가운데 흔한 패턴입니다.
“약을 안 먹으면 나흘씩 못 봅니다. 그런데 한 번 먹으면 그날은 설사처럼 나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더 헷갈립니다.
약을 계속 먹이자니 설사가 걱정되고, 끊자니 또 며칠씩 못 봅니다.
이럴 때는 약이 세다, 약이 약하다만 따져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한 번 강하게 비우는 것과 다음 대변이 다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내려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관장을 해서 직장에 차 있는 변을 빼냈다고 해도, 그다음 며칠 동안 아무런 배변 신호가 없다면 배변 과정 전체가 회복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에 얼마나 많이 나왔는가”보다 “그다음 배변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관장을 안 하면 전혀 못 보는지, 변비약을 사용한 뒤 며칠 동안 다시 아무런 신호가 없는지, 약을 썼을 때 복통이나 설사가 심한지, 평소에는 변이 어느 정도까지 내려오는 느낌이 있는지를 같이 봅니다.
노인성 변비를 볼 때 저희가 나누어 보는 것
백록담에서는 노인성 변비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보지 않습니다.
저희가 궁금한 것은 “변비가 있다”는 사실보다, 왜 이 사람에게 같은 방식의 변비가 계속 반복되는가입니다.
대변이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는지,
대장을 따라 어느 정도 이동하고 있는지,
직장에 도착한 변을 제대로 느끼는지,
마지막 배출 과정에서 힘이 걸리는지,
복부팽만 때문에 식사가 줄고 다시 변비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있는지,
이런 과정을 하나씩 나누어 봅니다.
한의학적으로도 연세가 많은 분의 변비를 모두 “대변이 말랐으니 내려보낸다”는 식으로만 보지는 않았습니다.
식사와 소화의 힘이 떨어져 있는지, 몸의 진액이 부족한지, 대변을 아래로 밀어내는 힘이 약해져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왔습니다.
다만 실제 진료에서는 이런 표현을 추상적으로만 쓰지 않습니다.
밥은 얼마나 드시는지, 먹고 나서 더부룩한지, 변은 어느 정도 단단한지, 화장실에서 힘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배변 후 기운이 많이 빠지는지, 약을 썼을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제로 확인합니다.
즉 “허하다”는 한마디로 묶는 것이 아니라, 배변을 만들어내는 전체 과정에서 어디가 약해져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한 번 시원하게 보는 것보다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노인성 변비는 변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먹고, 만들고, 이동시키고, 느끼고, 배출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중 몇 군데가 동시에 약해지면서 문제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치료도 “며칠 못 봤으니 이번에 한 번 빼자”로 끝나면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오기 쉽습니다.
한 번 시원하게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다음 대변이 다시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오고,
적절한 시점에 변의를 느끼고,
큰 무리 없이 배출되는 흐름이 다시 이어지는가를 봐야 합니다.
물론 연세가 있는 분에게 갑자기 변비가 새로 생겼거나, 혈변이나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있거나, 심한 복통과 구토가 있으면서 배가 심하게 팽창하고 대변과 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단순한 변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먼저 필요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신호가 없고, 오랫동안 비슷한 변비가 반복된다면 그다음 질문은 조금 달라집니다.
“무엇으로 한 번 빼낼 것인가”보다, “왜 이 사람은 스스로 배변하는 과정이 계속 끊기는가.”
노인성 변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바로 그 지점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