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유증 의안 2편: 말이 어눌하고 손이 붓고, 어지럽고 심장이 두근거릴 때
목차
- 의안 1. 오른쪽 힘이 빠지고 말이 낮고 어눌하면서 어지럼·이명이 함께 남은 환자
- 의안 2. 뇌출혈 뒤 한쪽 손만 붓고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았던 환자
- 의안 3. 오래된 뇌경색 뒤 어지럼과 심계가 함께 심해진 환자
- 의안 4. 뇌경색 뒤 한쪽 저림과 함께 배가 부르고 화장실에 자꾸 가고 싶었던 환자
- 의안 5. 뇌경색이 발견된 뒤 심계·복부 불편·배변 이상·불면이 한꺼번에 나타난 환자
- 의안 6. 뇌교 출혈 후 눈과 연구개가 반복적으로 떨렸던 드문 환자
- 후유증 의안을 모아보면 치료의 축은 계속 이동합니다
- 그렇다고 모든 증상을 뇌졸중 후유증으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 항혈전제를 복용한다면 처방의 자유도는 더 좁아집니다
- ‘무엇을 회복시키고 싶은가’가 처방보다 먼저입니다
뇌졸중 후유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반신마비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외래에서는 그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증상이 오래 남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말은 나오는데 예전처럼 유창하지 않고, 한쪽 손만 붓고 손가락이 잘 굽혀지지 않거나, 몸은 어느 정도 움직이는데 어지럼과 심계가 계속되기도 합니다. 배가 더부룩하면서 화장실에 자꾸 가고 싶은데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환자도 있고, 뇌간 출혈 이후 눈이나 연구개가 반복적으로 떨리는 드문 후유증도 있습니다.
뇌졸중 재활의 목표는 근력 하나를 회복시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현대 재활에서도 언어, 감각, 균형, 자율신경·정서, 일상생활 기능을 함께 평가합니다.[1]
중의 의안을 읽어보면 이런 다양한 후유증을 하나의 ‘중풍 처방’으로 묶기보다, 현재 남은 증상의 조합이 무엇인지에 따라 병기를 다시 세우고 처방의 중심을 바꿨다는 점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이번 글은 앞선 「뇌경색·뇌출혈 후유증은 왜 사람마다 다를까」에 이어, 조금 더 주변부에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중요한 후유증을 중심으로 의안을 모았습니다.
아래 의안은 공개된 임상기록을 해설한 것입니다. 특정 처방을 그대로 복용하도록 권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뇌졸중 재발 예방약, 항혈소판제·항응고제, 심혈관약 등을 복용하는 환자는 한약 병용 여부를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의안 1. 오른쪽 힘이 빠지고 말이 낮고 어눌하면서 어지럼·이명이 함께 남은 환자
국의대사 이진화(李振華)의 중풍 의안에는 뇌혈전 발생 약 8개월 뒤에도 오른쪽 팔다리의 무력과 언어불리, 어지럼, 이명이 남은 66세 남성이 나옵니다.[2]
환자는 의식은 맑았지만 말소리가 낮고 유창하지 않았고, 얼굴은 붉은 편이었으며 체형은 비만했습니다. 혀는 붉고 맥은 침세했습니다.
의가는 이를 단순한 ‘언어장애’ 하나로 보지 않고 기음이 함께 허한 상태에 간신의 허와 락맥의 불통이 겹친 모습으로 보았습니다.
황기·당삼으로 익기하고, 하수오·구기자·산수유·황정으로 보익하며, 울금·석창포 같은 약으로 개규하고 지룡·오공·토별충 등을 통락 목적으로 배합했습니다.[2]
이 의안에서 중요한 것은 석창포나 원지가 ‘말 어눌함의 약’이라는 식의 단순 대응이 아닙니다.
언어기능 저하가 팔다리 무력, 어지럼, 이명, 전신 허약과 한 묶음으로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중의학에서는 설강어건이 있을 때 석창포·원지·울금을 가하는 경험이 반복되지만, 어떤 환자에서는 담이 많아 화담이 더 중요하고, 어떤 환자에서는 기혈허가 앞서며, 오래된 경우에는 간신의 허손을 더 크게 봅니다.
따라서 뇌졸중 후 말이 어눌할 때도 ‘실어증’인지 ‘구음장애’인지, 혀와 연구개의 운동이 문제인지, 인지와 언어산출이 문제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의안 2. 뇌출혈 뒤 한쪽 손만 붓고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았던 환자
왕신지(王新志) 교수의 의안에는 오른쪽 기저핵 뇌출혈 후 왼쪽 편마비가 남은 72세 여성이 등장합니다.[3]
발병 두 달가량 뒤, 마비된 쪽 손이 점차 붓기 시작했습니다.
왼손이 눈에 띄게 붓고
손가락을 굽히고 펴기 어렵고
통증이나 심한 경련은 없으며
피부색이나 온도 변화는 뚜렷하지 않고
설질은 어둡고 담하며
맥은 침약했습니다.
의가는 이를 기허혈어수정(氣虛血瘀水停)으로 읽었습니다.[3]
즉 기가 부족해 혈과 수분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움직임이 줄어든 마비측에 부종이 정체된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례는 후유증을 ‘신경 기능’만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현대적으로도 뇌졸중 후 손 부종은 운동 감소, 정맥·림프 환류 저하, 어깨-손 증후군,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 여러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종 + 심한 통증 + 온도나 피부색 변화 + 발한 변화가 같이 있다면 단순한 부종으로만 보지 않고 복합부위통증증후군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중의 의안에서의 ‘수정’이라는 표현은 이런 정체 현상을 관찰한 언어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의안 3. 오래된 뇌경색 뒤 어지럼과 심계가 함께 심해진 환자
또 다른 왕신지 의안에는 뇌경색 후 편마비가 20년 이상 남아 있던 69세 남성이 나옵니다.[4]
최근 3일 동안 편측 무력과 저림이 조금 심해지면서
어지럼
회전감
활동 후 흉민
심계
수면 불량
변비
가 같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중풍 후유증의 기허혈어를 중심으로 보양환오탕 계열을 사용했습니다. 팔다리 증상은 일부 좋아졌지만 오히려 심계와 흉민이 더 두드러지고 맥이 결대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4]
그러자 치료의 중심을 바꾸어 자감초탕(炙甘草湯) 계열로 옮겼습니다.
이 전환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중풍 후 편마비’가 치료의 중심이었지만, 경과를 보면서 현재 가장 중요한 병목이 심계·흉민과 불규칙한 맥으로 이동하자 처방도 바뀐 것입니다.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새롭게 심계나 흉통, 호흡곤란, 실신감이 생겼다면 한약 선방 전에 부정맥이나 허혈성 심장질환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이 사례처럼 관상동맥 스텐트 병력이 있는 환자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의안에서 배울 부분은 특정 방제가 아니라 주증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처방의 중심도 바뀌어야 한다는 사고입니다.
의안 4. 뇌경색 뒤 한쪽 저림과 함께 배가 부르고 화장실에 자꾸 가고 싶었던 환자
왕신지의 또 다른 후유증 의안에서는 양측 기저핵에 여러 뇌경색 병변이 남은 환자가 나옵니다.[5]
왼쪽 팔다리가 저리고, 얼굴은 붉으며, 배가 더부룩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대변을 자꾸 보고 싶은 느낌이 반복되지만 실제 배변 후에는 복부팽만이 조금 줄어드는 현상이 같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설은 암홍하고 맥은 침약했습니다.
의가는 이를 대기허손 + 담어호결로 보아 승함탕과 소활락단을 합방하는 구조를 사용했습니다.[5]
황기로 기를 끌어올리고, 승마·시호·길경으로 승제를 돕는 한편, 담과 어를 통락하는 약을 병용했습니다.
이 사례는 중풍 후유증 환자에서 위장관 증상을 별개의 사소한 문제로 떼어내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재활 중 활동량이 줄고 약물이 늘면 변비나 복부팽만이 흔하지만, 어떤 환자는 반대로 잦은 변의, 가스, 불완전 배변감이 문제가 됩니다.
이 경우 실제 임상에서는 약물 부작용, 식사량, 수분섭취, 장운동, 골반저 기능 등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중의학에서는 이런 복부 증상과 신경학적 후유증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우 기기의 승강과 담어의 정체라는 하나의 병기로 묶어보기도 합니다.
의안 5. 뇌경색이 발견된 뒤 심계·복부 불편·배변 이상·불면이 한꺼번에 나타난 환자
63세 여성의 의안에서는 건강검진에서 뇌경색이 발견된 뒤, 심계와 함께 특이한 배변장애가 나타났습니다.[6]
대변을 보고 싶은 느낌은 자주 드는데 화장실에 가면 가스만 나오고 실제 변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머리가 무거움
속이 쓰리거나 허전한 느낌
입이 쓰고 마름
잠이 좋지 않음
묽은 변
등이 섞여 있었습니다.
의가는 어느 한 장부의 질환으로 단순하게 묶기 어렵다고 보고 간울비허, 즉 정서와 전신 기기 변화가 소화기·수면·심계에 함께 영향을 주는 구조로 판단했습니다.[6]
시호·울금·백작약 등 소간약에 백출과 복신, 원지, 산조인 등을 배합했습니다.
이 의안은 뇌경색이라는 영상 소견보다 현재 환자를 괴롭히는 다발성 증상의 연결관계를 본 사례입니다.
실제로 뇌졸중 뒤에는 우울·불안, 수면장애, 활동량 감소, 자율신경 변화가 장 기능과 심계의 체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증상을 하나씩 따로 처방하기 전에, 어느 증상이 다른 증상과 함께 악화되고 완화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안 6. 뇌교 출혈 후 눈과 연구개가 반복적으로 떨렸던 드문 환자
중풍 후유증 가운데 드물지만 매우 인상적인 의안도 있습니다.
뇌교출혈 이후 비대성 하올리브핵 변성이 발생한 환자로, 사지운동장애와 연하장애 외에 양쪽 눈이 위아래로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연구개가 지속적으로 떨리는 증상이 있었습니다.[7]
현대 신경학적으로는 뇌간 병변 뒤 발생할 수 있는 palatal tremor와 hypertrophic olivary degeneration의 범주입니다.
의안에서는
눈의 반복적인 상하운동
연구개 근간대성 움직임
사지운동장애
사레
기침과 황담
설홍소태
맥현삭
을 종합해 음허풍동을 중심으로 보았습니다.
과루계지탕과 지경산 계열을 응용하고 백작약·천화분·맥문동 등에 전갈·오공 등을 더했으며, 이후 담과 식욕 상태에 따라 조정했습니다.[7]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특이한 불수의운동을 모두 ‘풍’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점이 아닙니다.
병변 위치가 분명한 신경학적 후유증에서도 실제 환자의 근긴장, 연하, 분비물, 체력상태를 함께 보고 처방을 조정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불수의운동은 반드시 신경과적 진단과 추적이 우선이며, 한약은 그 위에서 보조적으로 검토할 문제입니다.
후유증 의안을 모아보면 치료의 축은 계속 이동합니다
이번 사례들만 놓고 봐도 같은 ‘중풍 후유증’이라는 이름 아래 치료의 중심이 서로 다릅니다.
| 남아 있는 문제 | 의안에서 읽은 병기 | 치료 방향 |
|---|---|---|
| 언어불리 + 무력 + 어지럼·이명 | 기음허 + 락조 | 익기양음 + 개규통락 |
| 마비측 손 부종 | 기허혈어수정 | 익기 + 활혈 + 통락·이수 |
| 편마비 + 심계·흉민 | 기허혈어에서 심기·심맥 문제로 이동 | 중풍방에서 심계 중심 처방으로 전환 |
| 편측 저림 + 복창 + 잦은 변의 | 대기허손 + 담어호결 | 승제 + 화담통락 |
| 심계 + 배변장애 + 불면 | 간울비허 | 소간 + 건비 + 안신 |
| 뇌간출혈 후 구개·안구 불수의운동 | 음허풍동 | 자음 + 유근 + 식풍 |
이 구조를 보면 중의학의 중풍 후유증 치료는 ‘어혈을 푼다’ 하나로 요약하기 어렵습니다.
기허가 앞서는 환자도 있고, 담이 핵심인 경우도 있으며, 근육의 경직과 불수의운동이 전면에 나오면 유근·식풍이 중심이 됩니다. 우울·불면이나 심계가 회복을 막기 시작하면 치료의 우선순위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증상을 뇌졸중 후유증으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기존 뇌졸중 환자는 새로운 증상이 생겨도 “원래 중풍 후유증이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말이 어눌해지거나 힘이 빠짐
갑작스러운 심한 어지럼
흉통·심계·실신감
한쪽 팔의 급격한 부종과 통증
반복적인 사레와 폐렴
새로운 불수의운동이나 의식변화
가 생기면 먼저 새로운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혈전, 감염 등 현대 의학적 원인을 배제해야 합니다.
‘기존 후유증’이라는 이름이 새로운 질환을 가리는 진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항혈전제를 복용한다면 처방의 자유도는 더 좁아집니다
이번 의안들에도 당귀·천궁·도인·홍화·단삼·지룡·전갈·오공 같은 통락·활혈·식풍 약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현대의 뇌졸중 환자는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DOAC 등을 이미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전통 의안을 그대로 복제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와파린은 한약을 새로 시작하거나 중단하면서 INR이 움직일 수 있고, 항혈소판제는 INR이 정상이어도 출혈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외래 한의원에서는 그래서 현재 가장 불편한 후유증을 정확히 잡고, 가능한 한 불필요한 활혈·통락약을 늘리지 않으며, 기존 항혈전제와 심혈관약을 먼저 확인하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무엇을 회복시키고 싶은가’가 처방보다 먼저입니다
뇌졸중 후유증 환자를 볼 때 처방 이름부터 떠올리면 보양환오탕, 천마구등음, 반하백출천마탕 같은 몇 개의 방제로 수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의안을 자세히 읽으면 오히려 반대입니다.
손 부종이 중요한 환자, 말이 어눌한 환자, 심계가 심한 환자, 복부팽만과 잦은 변의가 재활을 방해하는 환자, 불수의운동이 남은 환자는 치료 목표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한의치료에서도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 환자가 지금 가장 되찾아야 하는 기능은 무엇인가?”
입니다.
그리고 그 기능을 방해하는 병목이 근력인지, 경직인지, 통증인지, 언어인지, 부종인지, 수면·정서인지, 소화기 문제인지 찾아가야 합니다.
중의 의안의 가치는 바로 그 환자별 분기점을 세밀하게 기록해두었다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