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한의원

식단이랑 운동 다 열심히 하는데 왜 어느 순간부터 체중이 안 줄어드는 걸까요?

정체기는 우리 몸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너지를 아끼기 시작할 때 찾아와요. 저도 다이어트를 하다 일주일 넘게 체중계 숫자가 안 바뀌면 정말 어질어질하더라고요. 처음엔 살이 잘 빠지는가 싶다가도 몸이 바뀐 식단에 익숙해지면 기초대사량을 확 낮춰버리기 마련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비허(脾虛, 비장 기능의 저하) 상태라 진단해요. 에너지를 태울 불꽃 자체가 약해진 셈이니 단순히 덜 먹는다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예요.

다이어트 초기에는 수분과 글리코겐이 빠져나가며 감량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영리하면서도 고집이 세기 때문에, 체중이 일정 수준 줄어들면 위기감을 느끼고 대사 속도를 늦춥니다. 일종의 체중 유지 장치인 ‘셋포인트(Set-point)’가 작동하는 셈입니다.

한의학적으로 살펴보면 이 과정이 더 명확해집니다. 우선 식사량을 줄이면 에너지를 생성하는 힘이 약해지는 비허(脾虛) 상태가 됩니다. 소화와 대사를 담당하는 비장의 기운이 허해지는 것이죠. 이렇게 비기(脾氣)가 약해지면 노폐물이 완전히 연소되지 못하고 끈적하게 남게 되는데, 이를 담음(痰飮)이라고 합니다.

담음이 쌓여 통로를 막으면 혈액이 탁해지면서 어혈(瘀血)이 생기기도 합니다. 즉, ‘비허 → 담음과 어혈 생성 → 대사 정체’로 이어지는 고리에 빠지는 것이 정체기의 본질입니다. 무작정 굶으며 다이어트를 하다가 이 단계에서 막혀 답답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이 생존을 위해 대사 시스템을 잠시 멈춘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억지로 더 굶기보다 기능을 잃은 비장을 돕고 쌓인 담음을 걷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멈춰버린 순환의 물꼬가 다시 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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