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열심히 다이어트 중인데 어느 순간부터 살이 전혀 안 빠져요. 제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요?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대표원장
분명히 덜 먹고 더 움직이는데 체중계 눈금이 요지부동이라면, 우리 몸이 '비상 모드' 버튼을 누른 거예요. 서양의학에선 기초대사량이 확 낮아지는 대사 적응 현상이라 설명하고요. 한의학에선 이를 비허(脾虛)라고 봐요. 소화기 기운이 달려 에너지를 제대로 못 태우는 상태인 거죠. 비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담음(痰飮)이라는 노폐물이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대사 길목을 꽉 막기 마련입니다.
📝 상세 답변
저도 예전에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닭가슴살만으로 버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체중계 숫자가 요지부동인 것을 보며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릅니다. '대체 왜 안 빠질까' 고민하며 시행착오를 참 많이 겪었습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훨씬 영리합니다. 섭취 에너지가 갑자기 줄어들면 곧장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생존을 위해 기초대사량을 낮추고 에너지를 아끼려 하기 때문입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세트 포인트' 유지 기전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몸이 지방을 태우기보다 저장하려는 성질을 띠게 되는데, 바로 이때 정체기가 찾아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비허(脾虛)와 담음(痰飮)의 관점으로 풀이합니다. 비허(脾虛)는 소화와 대사를 담당하는 비장의 기운이 허해진 상태를 뜻합니다. 비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고, 몸속에 끈적한 노폐물인 담음(痰飮)을 만들게 됩니다.
이 담음이 몸 여기저기에 쌓이면 혈액순환이 방해받고 몸이 쉽게 붓습니다. 여기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기운이 꽉 막히는 기체(氣滯) 증상까지 나타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집니다. 결국 '기운은 없는데 몸은 무겁고 살은 빠지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럴 때는 무작정 굶는 것이 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약해진 비장 기능을 회복시켜 몸이 스스로 에너지를 잘 태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꽉 막힌 담음을 제거하고 순환을 도와야 멈춰 있던 체중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