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처음엔 약 한 알이면 괜찮았는데, 이제는 양을 늘려도 그때뿐이고 안 먹으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요. 단순히 내성이 생긴 건지, 아니면 제 뇌에 문제가 생긴 건가요?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대표원장
이는 단순한 내성이 아니라, 잦은 진통제 복용으로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이 오히려 예민해진 '약물 과용 두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이 통증을 잡는 게 아니라 통증을 유발하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 상세 답변
많은 분이 겪으시는 '내성'이라는 느낌은 의학적으로 뇌의 통증 역치가 낮아진 상태, 즉 약물 과용 두통(Medication Overuse Headache)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원래 진통제는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만, 특정 용량 이상을 장기간 반복해서 복용하면 뇌는 그 상태에 적응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약 기운이 떨어지는 순간 뇌는 이를 '비정상적인 결핍'으로 인식해 평소보다 더 강렬한 통증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진통제의 역설'입니다.
단순한 일차성 두통과 약물 과용 두통을 구분하는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복용 빈도: 단순 두통은 가끔 약을 먹어 해결하지만, 과용 두통은 한 달에 10~15일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통증의 양상: 약을 먹어도 효과가 짧아지거나, 깨어나자마자 약을 찾아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둔탁한 통증이 지속됩니다.
- 동반 증상: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위장 장애, 소화 불량, 혹은 약을 먹지 않았을 때의 극심한 불안감과 초조함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단순히 뇌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기혈부조(氣血不調, 기와 혈의 흐름이 고르지 못함)'와 '심신불교(心身不交, 마음과 몸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함)'의 관점에서 해석합니다. 잦은 약물 복용은 위장관의 기능을 저하시켜 혈액 생성의 원천인 비위(脾胃)를 상하게 하고, 이는 다시 뇌로 가는 영양 공급을 방해해 신경계를 더욱 예민하게 만듭니다. 백록담 의원은 억지로 약을 끊어 통증을 견디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약을 통해 예민해진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부족해진 진액(津液, 몸속의 필수 수분과 영양분)을 보충하여 뇌가 스스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시야 장애, 언어 장애, 혹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극심한 '벼락 두통'이 동반된다면 이는 약물 과용과 무관한 뇌혈관 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본인의 복용 패턴을 정확히 기록하여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권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