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치과에서도, 신경외과 MRI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저는 계속 얼굴이 욱신거리고 둔하게 아파요. 정밀 검사 결과가 정상인데도 이렇게 아픈 건 제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서 그런 걸까요? 도대체 왜 이런 통증이 생기는 건지 이유라도 알고 싶습니다.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대표원장
검사상 구조적 이상이 없더라도, 신경계의 과민반응과 말초 신경의 기능 저하로 인해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통증의 기억'이 뇌와 신경 경로에 각인된 상태로, 단순한 꾀병이 아닌 실제적인 신경계 질환입니다.
📝 상세 답변
많은 환자분이 MRI나 X-ray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절망감을 느끼시곤 합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영상 진단은 '형태적 구조'를 보는 것이지, 신경이 신호를 주고받는 '기능적 흐름'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비전형 안면통은 신경의 구조가 파괴된 것이 아니라,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 회로가 마치 고장 난 스위치처럼 과민하게 반응하는 '중추성 감작'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초기 자극: 심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혹은 과거의 가벼운 외상이나 치과 치료 후의 신경 자극 등이 트리거가 됩니다.
- 신경 과민화: 반복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신경세포의 역치가 낮아져, 평소에는 통증으로 느끼지 않던 가벼운 자극(바람, 대화, 온도 변화)조차 통증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 통증의 고착화: 뇌에서 이 통증 신호를 계속 수용하면서 '통증 기억'이 형성되고, 결국 원인 자극이 사라져도 얼굴 한쪽이 둔하거나 욱신거리는 만성 통증으로 이어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비증(痺症)'의 관점에서 해석하기도 합니다. 비(痺)는 '막혔다'는 뜻으로, 기혈(氣血, 에너지와 혈액)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경락이 막히면서 나타나는 통증을 의미합니다. 특히 안면부의 기혈 순환이 정체되면 얼굴이 묵직하거나 둔한 느낌이 들며, 갱년기 등으로 인해 상체로 열이 오르는 '상열(上熱)' 증상이 동반될 때 신경의 과민도가 더욱 높아져 통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전형 안면통의 치료는 단순히 통증 부위를 억제하는 것을 넘어, 과민해진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정체된 안면부의 순환을 개선하여 신경의 역치를 다시 높여주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안면 마비, 시력 저하, 혹은 극심한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신경계의 급성 병변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전문 의료기관의 응급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