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가 잘 듣지 않는 만성 편두통, 왜 자꾸 반복될까요?
목차
- 편두통은 단순히 ‘머리가 아픈 병’이 아닙니다
- 처음에는 ‘발작’이었는데, 왜 나중에는 늘 머리가 무거워질까요?
- 진통제가 점점 안 듣는다면 약을 더 세게 먹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는데 계속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 백록담에서는 만성 편두통을 ‘두통 하나’만 놓고 보지 않습니다
- 한의학에서는 왜 ‘풍·담·어·허’를 함께 보기도 할까요?
- 모든 증상을 한꺼번에 치료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 한약이나 침치료는 기존 편두통 치료를 지우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 진료를 준비한다면 두통의 ‘강도’보다 ‘패턴’을 기록해 주세요
- 만성 편두통은 ‘아픈 날의 치료’에서 ‘아프기 쉬운 상태의 치료’로 넘어가야 합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예전만큼 듣지 않고, 며칠 괜찮다가 다시 머리가 아프고,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지거나 속이 메스꺼운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두통이 오래됐다”는 말만으로는 현재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한 달 중 절반 가까이를 두통과 함께 보내거나, 통증이 없는 날에도 머리가 무겁고 예민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만성 편두통으로 넘어가고 있는지, 진통제 사용이 오히려 두통을 더 자주 만들고 있는지, 수면·피로·소화·목 긴장·정서 변화 같은 요인이 발작의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두통질환분류(ICHD-3)는 3개월을 넘겨 한 달 15일 이상 두통이 있고, 그중 8일 이상이 편두통의 특징을 보이는 경우를 만성 편두통으로 정의합니다.[1]
하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왜 이 환자의 두통은 이제 쉽게 시작되고, 오래 남고, 진통제로도 잘 끊기지 않는가입니다.
편두통은 단순히 ‘머리가 아픈 병’이 아닙니다
편두통 발작을 겪는 분들은 두통 외에도 여러 변화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빛이 유난히 눈부시다
평소 괜찮던 소리가 견디기 어렵다
냄새에 예민해진다
속이 메스껍거나 식욕이 떨어진다
움직이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목과 어깨가 뻣뻣해진다
머리가 멍하고 집중하기 어렵다
발작 전부터 하품, 피로, 예민함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편두통이 단순한 혈관성 통증이 아니라 감각처리와 통증조절 네트워크가 함께 변하는 발작성 신경학적 질환임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편두통이 심할 때 환자가 어두운 방에 들어가 움직임을 줄이고 눕고 싶어지는 것은 이상한 반응이 아닙니다. 현재 신경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 입력의 범위가 좁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빛, 같은 소리, 같은 움직임도 평소보다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발작’이었는데, 왜 나중에는 늘 머리가 무거워질까요?
초기의 편두통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괜찮은 기간 → 편두통 발작 → 회복 → 다시 괜찮은 기간
의 형태를 보입니다.
그런데 발작 빈도가 점점 많아지면 정상 상태로 충분히 돌아오기 전에 다음 발작이 들어옵니다.
그러면 두통이 없는 날에도
머리가 무겁고
두피나 목이 예민하고
빛이나 소리에 쉽게 피로하고
잠을 조금만 못 자도 바로 두통이 시작되고
업무나 외출 뒤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태가 남을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한 번의 통증을 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두통이 발생하기 쉬워진 전체 상태를 다시 안정시키는 것이 치료의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진통제가 점점 안 듣는다면 약을 더 세게 먹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진통소염제는 통증과 염증 신호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편두통에서도 초기 발작에는 충분히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두통이 잦아지고 만성화되면 단순한 통증 억제만으로 발작 전체가 잘 끊기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현대 편두통 치료에서는 급성기 약물과 별도로 예방치료를 중요하게 봅니다. 미국두통학회와 미국신경과학회의 2026년 업데이트도 만성 편두통을 예방치료의 중요한 대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2]
또 하나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약물과용두통입니다.
ICHD-3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NSAID 같은 단순 진통제를 한 달 15일 이상, 트립탄이나 일부 복합진통제를 한 달 10일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 약물과용두통 가능성을 평가합니다.[3]
이것은 “진통제에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대개 두통이 너무 자주 와서 약을 자주 찾게 되고, 그 결과 다시 두통 빈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형성됩니다. 미국두통학회 역시 약물과용두통 환자의 치료에서 급성기 약물 사용을 조정하면서 예방치료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을 강조합니다.[4]
따라서
두통 증가 → 약 복용 증가 → 일시적 완화 → 다시 두통 증가
의 흐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는데 계속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MRI나 CT에서 특별한 구조적 이상이 없었다는 것은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것과 현재의 두통을 설명할 기전이 없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만성 편두통은 대개 영상검사에서 특정 병변 하나로 설명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감각과 통증의 조절, 수면, 자율신경,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반응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상검사가 정상이었다는 이유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리기보다, 두통이 어떤 조건에서 반복되고 어떤 증상이 함께 움직이는지를 다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기존 편두통과 다른 양상이 새로 생겼다면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갑자기 번개 치듯 시작한 극심한 두통, 새로 생긴 마비·언어장애·의식변화, 지속적인 발열, 암이나 면역저하 병력, 임신·산후의 새로운 두통, 자세나 기침·힘주기에 따라 뚜렷하게 변하는 두통, 기존 패턴과 달리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두통은 이차성 두통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신호입니다.[5]
백록담에서는 만성 편두통을 ‘두통 하나’만 놓고 보지 않습니다
만성 편두통 환자를 오래 보면 두통 외의 문제가 함께 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잠이 얕고 자주 깬다
조금만 과로해도 바로 두통이 온다
식사를 거르면 심해진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메스꺼움이 잦다
목과 어깨가 늘 긴장되어 있다
월경 전후로 악화된다
스트레스가 끝난 뒤 오히려 두통이 온다
얼굴은 화끈거리는데 손발은 차다
두통이 없는 날에도 머리가 맑지 않다
같은 증상들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각각의 증상을 별개의 질환으로 잘게 나누는 것도, 반대로 모든 증상을 하나의 체질 이름으로 묶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증상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현재 무엇이 발작의 문턱을 가장 크게 낮추고 있는지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잠을 거의 못 자는 환자에게는 수면 회복이 두통 치료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식사량이 줄고 속이 자주 불편한 환자에서는 위장 상태를 함께 다뤄야 두통의 변동성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경항부 긴장이 항상 발작과 함께 움직인다면 그 부분 역시 별도의 치료 표적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왜 ‘풍·담·어·허’를 함께 보기도 할까요?
전통 한의학에서는 반복되는 편두통을 풍(風), 담(痰), 어(瘀), 울(鬱), 허(虛) 같은 여러 병리언어로 설명해 왔습니다.
이것을 현대의 신경생리와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풍이 CGRP이고, 어혈이 특정 염증물질이라는 식으로 설명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임상적으로는 몇 가지 관찰의 틀을 제공합니다.
허는 오랫동안 소진되어 작은 자극에도 회복이 늦어지는 바탕을, 풍은 발작적으로 갑자기 변하고 반복되는 양상을, 담·어·울은 병정이 길어지면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남는 증상군과 병리적 관성을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2025년 북경중의약대 동직문병원 연구진은 편두통을 하나의 증형으로 고정하기보다 풍·담·어·허 등 복수의 증후가 병존할 수 있는 만성 다증후 질환으로 보고, 초기에는 여러 병리 가능성을 넓게 고려한 뒤 증상이 안정되면서 치료 표적을 줄여가는 ‘전증후점감(全证候递减)’ 전략을 제안했습니다.[6]
이 논문 자체가 특정 한약치료의 효과를 확정하는 근거는 아닙니다. 그러나 오래된 편두통 환자를 하나의 단순한 변증형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임상적 문제의식은 참고할 만합니다.
모든 증상을 한꺼번에 치료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증상이 많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동시에 같은 비중으로 치료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성질환에서는 우선순위가 중요합니다.
백록담에서는 보통
현재 일상생활을 가장 크게 무너뜨리는 증상 → 그 증상을 유지하는 관련 요인 → 치료 후 함께 변하는 증상
의 순서로 봅니다.
예를 들어
두통 때문에 업무를 거의 못 한다면 우선 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 것이 먼저이고,
불면이 심해 하루의 회복 자체가 되지 않는다면 수면을 함께 다루며,
심한 소화불량 때문에 식사를 자주 거르고 이것이 발작과 연결된다면 그 부분 역시 중요한 치료축이 됩니다.
치료 후 두통이 줄면서 수면과 소화까지 함께 좋아지는지, 두통만 줄고 다른 증상이 그대로 남는지를 보면서 다음 치료의 비중을 조정합니다.
즉 처음부터 모든 병리를 완벽하게 이름 붙이는 것보다 치료 반응을 보면서 현재 환자의 중요한 병리축을 좁혀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한약이나 침치료는 기존 편두통 치료를 지우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만성 편두통은 이미 현대의학에서도 급성기 치료와 예방치료를 구분하는 질환입니다.
트립탄이나 게판트 등의 급성기 치료, CGRP 계열 예방치료, 보툴리눔톡신, 그 밖의 예방약이 필요한 환자가 있습니다. 약물과용이 있다면 그 부분 역시 먼저 조정해야 합니다.
한의치료를 고려한다고 해서 이러한 치료를 임의로 중단할 이유는 없습니다.
백록담에서 한의학적 접근을 검토하는 경우는 주로
표준적인 치료를 받고 있지만 발작 빈도가 여전히 높거나
약물 부작용이나 복용 부담 때문에 추가적인 선택지를 찾거나
두통과 함께 불면·피로·소화장애·경항부 긴장·냉열감 같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남아 있거나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지만 반복 악화의 시작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
입니다.
이때 목표는 기존 진단을 지우고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편두통을 더 쉽게 일으키고 회복을 늦추는 조건을 함께 정리하고, 환자가 실제로 불편해하는 증상부터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것입니다.
진료를 준비한다면 두통의 ‘강도’보다 ‘패턴’을 기록해 주세요
만성 편두통을 평가할 때는 “오늘 몇 점 아픈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능하다면 4주 정도 다음 내용을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한 달 중 두통이 있었던 날
편두통다운 발작이 있었던 날
진통제·트립탄 등을 복용한 날
빛·소리·냄새 과민 여부
메스꺼움이나 구토 여부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
식사를 거른 날
월경과의 관계
심한 스트레스나 과로
목·어깨 긴장
두통 때문에 일을 쉬거나 일정을 취소한 날
이 기록을 보면 단순히 “머리가 자주 아프다”는 표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두통일수와 약 복용일수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만성 편두통은 ‘아픈 날의 치료’에서 ‘아프기 쉬운 상태의 치료’로 넘어가야 합니다
진통제로 한 번의 두통을 줄이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두통이 한 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오늘의 두통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뿐 아니라,
왜 이 사람의 신경계는 이제 이렇게 쉽게 편두통 발작으로 넘어가는가를 봐야 합니다.
수면과 피로, 감각과민, 식사와 소화, 경항부 긴장, 정서 변화, 월경, 약물 사용 같은 여러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작 역치를 낮출 수 있습니다.
만성 편두통 치료가 단순한 진통제 선택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검사 결과와 기존 치료를 존중하면서도, 현재 남아 있는 증상들의 연결을 다시 살펴보고, 가장 큰 생활장애부터 하나씩 줄여가는 것.
백록담에서는 만성 편두통을 그런 방향에서 접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