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닭가슴살 월남쌈이나 김밥 같은 건강식 위주로 챙겨 먹는데 왜 살이 잘 안 빠지는 걸까요?
좋은 재료를 쓰는 것도 좋지만, 사실 탄수화물 비중과 소화력이 훨씬 중요해요. 월남쌈 라이스페이퍼나 김밥 속 밥은 우리 생각보다 혈당을 가파르게 높여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거든요. 인슐린이 과다해지면 에너지를 태우는 대신 체지방으로 저장하느라 바빠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비허(脾虛) 증상으로 봐요. 소화 기능이 떨어지면 아무리 몸에 좋은 걸 먹어도 에너지로 바꾸질 못하고, 담음(痰飮)이라는 노폐물을 만들어 몸만 축축 처지게 할 뿐이죠.
저도 예전에 다이어트하면서 '이건 괜찮겠지' 싶어 월남쌈을 배부르게 먹었다가, 다음 날 체중계 위에서 뒷목 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닭가슴살이랑 채소 위주니까 당연히 살이 빠질 줄 알았거든요.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게 바로 재료의 밀도랍니다. 월남쌈 라이스페이퍼는 결국 쌀을 꽉꽉 압축해 놓은 고탄수화물 덩어리예요. 김밥도 속재료를 감싸기 위해 생각보다 밥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이렇게 탄수화물이 과하게 들어오면 혈당이 확 치솟고, 우리 몸에선 이걸 처리하느라 인슐린을 마구 뿜어내죠. 지방 분해는 뚝 끊기고 몸속에 차곡차곡 저장하기 바쁜 상태가 되고 말아요.
한의학 관점으로 보면 '비허(脾虛)' 증상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비장의 기능이 눈에 띄게 약해진 상태인데, 진료실에서 "원장님, 전 적게 먹어도 붓는 게 다 살로 가요" 하시는 분들이 딱 이 부류에 속해요. 비허(脾虛) 상태가 되면 음식을 소화해 전신으로 보내주는 운화 작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마련입니다.
이때 몸에 남는 찌꺼기가 바로 '담음(痰飮)'이라는 병리적 노폐물이에요. 이게 차곡차곡 쌓이면 기혈 순환을 가로막아 몸을 차게 만들고 대사 능력까지 뚝 떨어뜨려요. 순환이 막히니 피가 탁해지는 '어혈(瘀血)'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고요. 사실 무엇을 먹느냐보다 내 몸이 그걸 감당할 능력이 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상태를 직접 뵙고 맥까지 짚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무작정 굶거나 식단을 줄이는 게 답이 아닐 거예요. 우선 떨어진 소화 에너지부터 회복하는 게 급선무죠. 저랑 같이 원인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해결책을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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