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학생 때부터 살이 잘 안 빠지는 체질이었는데, 이런 경우엔 다이어트가 더 힘든 이유가 있을까요?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대표원장
어릴 때부터 살이 쪘다면 단순히 지방 세포 크기만 커진 게 아니에요. 지방 세포 ‘개수’ 자체가 이미 늘어난 상태라고 봐야 하거든요. 한의학에선 이를 비장 기능이 약해진 비허(脾虛)라 불러요. 에너지를 제대로 못 태우니 몸속에 습담(濕痰) 같은 노폐물이 차곡차곡 쌓이기 마련이죠. 소화력이 약해 노폐물은 쌓이는데 배출은 안 되는 ‘인과 체인’이 형성된 탓에 성인이 되어서도 유독 감량이 더디게 느껴질 거예요.
📝 상세 답변
저도 학생 시절 체중 고민으로 안 해본 게 없어 그 답답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흔히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더욱 속상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의학적으로 성장기 비만은 지방 세포 수 자체가 늘어나는 ‘세포 증식형’에 해당합니다. 성인이 되어 살이 찌는 것은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지만, 어린 시절 쌓인 지방은 세포 개수 자체가 많아지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살이 쉽게 찌는 체질로 굳어지기 쉽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과정을 세 단계의 고리로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비장의 기운이 약해지는 비허(脾虛)입니다. 비장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음식물을 에너지로 충분히 전환하지 못하고 찌꺼기를 남기게 됩니다. 이 찌꺼기가 끈적하게 뭉친 것이 담음(痰飮)이며, 이것이 전신에 퍼져 머무르는 상태를 습담(濕痰)이라고 합니다. 마치 배수구가 꽉 막혀 순환이 멈춘 상태와 같습니다.
순환이 더욱 악화되면 혈액까지 탁해져 정체되는 어혈(瘀血)이 생깁니다. 이렇게 ‘비허→습담→어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되면, 단순히 적게 먹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 또한 과거에 무작정 굶어보았지만, 기운만 빠질 뿐 몸은 오히려 노폐물을 더 강하게 움켜쥐는 경험을 했습니다.
따라서 무턱대고 체중계 숫자만 줄이기보다, 비장 기능을 회복시켜 노폐물이 스스로 배출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힌 배수구를 시원하게 뚫어야 물이 내려가듯, 우리 몸의 대사 길목부터 먼저 열어주어야 합니다.
